한국에서 한 해 버려지는 양, 45만 톤. 그 숫자 앞에서 우리가 처음 한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이걸 소재로 쓸 수 없을까." 그러나 커피박 단독으로는 어렵습니다. 수분이 60%입니다. 형태가 없습니다. 단독으로 제품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출발점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이 재생가죽이었습니다.
가죽 공장 바닥에는 항상 가죽 자투리가 쌓입니다.
가방 하나를 만들면, 가죽 원단의 30~40%가 자투리로 남습니다. 신발도, 벨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단 선 밖으로 밀려난 조각들. 쓸 수 없는 크기, 쓸 수 없는 모양. 이 자투리들은 대부분 소각됩니다. 크롬 탄닝 처리가 된 가죽은 매립해도 중금속이 용출됩니다. 태워도 문제, 묻어도 문제. 처리 자체에 비용이 듭니다.
재생가죽은 이 자투리를 다시 씁니다. 0.5~10mm 크기로 분쇄하고, 물과 라텍스를 섞어 압연·건조하면 새로운 시트가 만들어집니다. 같은 텍스처, 비슷한 내구성. 천연가죽보다 저렴합니다.
재생가죽 공정은 1990년대부터 산업화됐습니다. 초기에는 신발 안창에 주로 쓰였습니다. 이후 가방 안감, 자동차 내장재, 가구 소재로 확장됐습니다.
재생가죽에 부족한 것이 있었습니다.
재생가죽은 내구성과 텍스처를 잘 살립니다. 그러나 가죽 제품이 쓰이는 공간 "차 안, 가방 속, 신발 내부" 에는 늘 냄새 문제가 따라옵니다. 탈취 기능. 재생가죽 단독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기존에는 별도 탈취 처리를 추가하거나, 그냥 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동차 시트, 가방 내부, 신발 안감은 밀폐되거나 반밀폐된 공간입니다. 체취, 습기, 가죽 특유의 냄새가 쌓입니다. 별도 탈취 처리를 추가하면 공정이 늘고 비용이 올라갑니다. 소재 자체에 기능이 있으면 단계가 줄어듭니다.
재생가죽 소재에 탈취 기능을 더하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기존에는 활성탄 파우더를 코팅하거나 별도 레이어를 추가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공정이 복잡해지고 소재 무게가 늘어납니다. 우리는 혼합 단계에서 기능을 넣는 방식을 찾고 싶었습니다.
커피박은 소취기능이 훌륭합니다.
커피를 추출하고 나면 원두 내부의 성분이 씻겨 나갑니다. 남은 건 껍데기입니다. 그런데 그 껍데기 안에 미세한 구멍이 가득합니다. 이 다공성 구조가 냄새 분자를 잡습니다. 악취를 내는 분자가 빈 구멍 안으로 들어가 흡착됩니다. 화학 반응 없이 물리적으로 포집하는 방식입니다. 별도 처리제가 필요 없습니다.
커피박으로 만든 활성탄의 흡착 능력은 기존 활성탄의 6배 이상으로 측정된다고 합니다. 다공성 구조는 추출 과정에서 더 강화됩니다. 물이 원두 내부 성분을 씻어 나가면서 빈 공간이 더 늘어납니다. 탈취 기능은 원두 자체보다 추출된 커피박에서 더 강합니다. 이미 쓰인 원료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능이 더 좋습니다.
형태가 없는 것과 기능이 없는 것
재생가죽은 버려지는 자투리에서 출발합니다. 커피박도 버려지는 잔재에서 출발합니다. 하나는 형태가 있고 기능이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기능이 있고 형태가 없습니다.
수분 60%인 커피박을 건조하면 무게의 절반 이상이 날아갑니다. 남은 것은 미세한 분말입니다. 그 분말을 재생가죽 제조 공정의 결합 단계에 혼합합니다. 구조는 가죽이 만들고, 기능은 커피박이 더합니다. 건조한 커피박 분말을 재생가죽 제조 공정에 혼합하면 어떻게 될까. 두 부산물이 각자의 약점을 채우는 구조. 그래서 우리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남은 과제
커피박 수분 함량은 추출 직후 약 60%입니다. 소재로 쓰려면 먼저 건조해야 합니다. 건조 공정마다 품질 편차가 생깁니다. 같은 온도, 같은 시간으로 건조해도 배치마다 결과가 다릅니다. 이 편차를 허용 범위 안으로 줄이는 것이 지금도 진행 중인 과제입니다.
현재 배치 간 수분 편차는 ±5% 수준입니다. 허용 기준인 ±2%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공급처마다 원두 종류와 추출 방식이 달라 표준화가 쉽지 않습니다. 배합 비율과 건조 온도를 달리한 실험을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현재 우리가 다루는 커피박 공급처는 여러 곳입니다. 공급처마다 원두 배합과 추출 방식이 달라 원료 특성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품질을 균일하게 맞추려면 공급망 전반의 표준화가 필요합니다. 그 작업도 소재 개발과 병행하고 있습니다.
